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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북어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 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불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 최승호


 
Commented by Backtalk at 2005-03-10 17:34 # x
무섭다... 사회 안에서 벙어리가 되어간다는 것이...
Commented by ㈜강사장 at 2005-03-10 23:16 # x
이시 너무 슬프지 않냐... 현대시에서 배운거야. ㅋ